독서활동


책이름 긴긴밤
펴낸곳 문학동네 지은이 루리
‘길흉화복’은 좋은 일과 나쁜 일, 행복한 일과 불행한 일을 아울러 이르는 한자성어입니다. ‘희로애락’ 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 비율의 차이가 있을 뿐 ‘길흉화복’, ‘희로애락’ 속에 살아갑니다.

‘긴긴밤’은 우화입니다. 우화란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입니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코끼리와 다르지만 차별없이 대접받는 코뿔소 ‘노든’은 코뿔소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그에게 좋은 일과 행복한 순간은 밀렵꾼 인간들에 의해 산산조각 나고 노여움과 슬픔으로 가득찬 삶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펭귄들과의 우정을 통해서 ‘긴긴밤’의 공포를 나누며 서로 다르지만 새로운 ‘우리’라는 연대를 지속하고, 퍼뜨립니다. 그리고 코끼리들이 자신을 응원했던 것처럼 코뿔소 노든 역시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을 응원함으로 서로 다르지만 함께 할 수 있고, 또 각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삶의 모습을 유지, 확장합니다.

세계화 시대 속에 우리는 서로 서로 다르지만 어울려 살 것인가? 아니면 틀리기 때문에 배척하고 혐오할 것인가? 그 기로에 서 있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운데서도 자기 빛깔 찾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세상의 모든 다름을 용광로에 집어 넣어 하나의 단일한 금속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나을까요? 아니면 각자의 빛깔을 유지한 채 합쳐져 새로운 모자이크를 만들어야 할까요?

사실 저자는 모자이크도 좋지만 본래의 순수 물질을 찾아 떠나는 것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더 중요한 것은 함께 하든, 따로 각자의 길을 가든 서로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애정 때문이고,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는 것도 각자에 대한 존중에 기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긴긴밤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긴긴밤을 함께 견뎌내 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모순된 이야기이지만 그런 욕심을 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