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활동


책이름 절뚝이의 염소
펴낸곳 문학동네 지은이 나가사키 겐노스케
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가난이 찌든 동네, 지독한 냄새와 끔찍한 피투성이 돼지 도살장을 배경으로 한 동화이다 보니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모습이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일본의 이야기라는 점도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우리나라 사람은 아닙니다. 일본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곳에 가장 차별받는 존재로 재일 한국인이 나옵니다. 그 한국인이 고난 속에서도 민족의식을 가지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어 일본인들 코를 납작하게 해준다는 영웅적인 이야기라면 좋았을 것을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선인임을 부정하고, 일본인이 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민족보다 생존이 더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삶이 먼저가 나라는 그 다음인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 때문에 책을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책을 끝까지 읽어내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런 시궁창 같은 곳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아이들은 놀면, 다투며,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한일 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의 유대는 존재한다는 모습입니다. 가장 약한 일본인 절뚝이가 의지하고 살아가는 힘이 되는 사람은 바로 한국인 김상입니다. 김상은 일본인이 되고 싶었으나 결코 일본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합니다. 국적이란 무엇인지? 편 가르기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 묵직한 주제를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또 한 가지 이 책은 비록 가난하고 힘든 삶이지만 그 안에 우정도 꽃피우고, 연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전쟁이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폭력성을 함께 보여줍니다.

전쟁으로 인해 그 나라 국민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보여줍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몽실언니를 통해서 아동문학에서 전쟁을 다루고 있듯이, 이 책은 일본 아동문학에서 일본이 저지른 전쟁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삶이 늘 화려하고, 장밋빛 미래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작품 속 모습은 단지 과거의 일,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일이며, 지금 이 순간도 세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현재형이라는 사실이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가난을 잘 모르는 여러분들에게 이 책은 분명 낯선 경험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독서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현실에서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책을 통해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에게 이 책이 경험과 생각의 폭을 넓혀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