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활동


책이름 아빠가 내게 남긴 것
펴낸곳 베틀북 지은이 캐럴 캐릭
애써 외면하고 싶은 낱말이 있습니다. 바로 ‘죽음’입니다. 특히 어린이와 죽음은 왠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린이 역시 ‘죽음’ 앞에서 한없이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별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 책의 주인공처럼 때로는 부모와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실이 분명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어린이책들은 대부분 죽음의 문제를 회피해왔습니다. 죽음의 문제를 다룬다고 해도 대부분 홀로 남겨진 아이가 주변의 도움으로 새 희망을 찾아 열심히 살아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열한 살 소년에게 갑자기 찾아온 아빠의 암. 그리고 암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빠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그 안에서 주인공 소년이 느끼는 심리적인 변화 등이 세세하게 그러면서도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책 읽기를 통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실 겪지 않을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겪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내 주변 누군가는 이미 겪고 있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그 마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죽음 앞에 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한번쯤은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죽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죽음의 문제를 애써 모른 체 외면하기 보다는 진지하게 마주보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혹시나 주변에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어떻게 손 내밀 수 있을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 아픔을 누구도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를 대신 채울 수도 없습니다. 그저 잘 견뎌내기를 함께 기도하고, 옆에서 같이 아파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산 사람은 또 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책을 읽고 아빠, 엄마 손을 꼭 한번 잡아보기 바랍니다. 아빠가 내게 남긴 것이 아닌 아빠가 지금 내게 주고 있는 것에 주목하기 바랍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영원할 것 같지만 분명 한순간일 뿐입니다. 이 순간이 소중함을 깨닫고, 즐기는 사람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