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활동


책이름 만국기 소년
펴낸곳 창비 지은이 유은실
‘아홉 편의 이야기 여기저기서 부끄럽고, 슬프고, 화나고, 나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어린 나를 본다. 이제야 비로소 환하고도 어두운 어린이로 온전히 사는 것 같다.’ 책 뒤편에 실려 있는 작가의 말 중 한 대목입니다.
‘어린 나를 본다.’라는 말이 딱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 말 때문에 이 동화가 누구에게 더 사랑받을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가 유은실 선생님은 1974년생으로 이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의 부모님 세대입니다. 이 동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바로 부모님들의 ‘어린 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얘기는 뒤집어 말하면 과연 요즘 어린이들도 작가의 마음을 공감해가며 읽을 수 있을까 라는 괜한 조바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 동화집이 30년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금 현재 우리 주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느낄 뿐입니다. 어릴 적에는 슬프고, 화나고, 나쁘고, 이해할 수 없어서 어두운 면만을 보았다면 이제는 환할 수도 있는 그래서 온전해지는 시선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제 심정은 한 개그맨의 유행어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참 좋기는 한데 뭐로 표현할 길이 없네.”
어느 시에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랬더라면 어떠할까요? 어린 시절에는 큰 고민거리이고, 그 당시에는 너무도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 세월이 지나고 나면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감사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건 어쩌면 인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희노애락이, 절절함이 사라져버리겠지요.
이 동화집의 매력은 슬픈 이야기를 슬프게만 쓰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각한 이야기를 아주 심각하게 풀어놓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개그맨의 환한 웃음을 웃기게만 표현하지 않고 그 뒤편에 있는 짙은 슬픔을 약간 내비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환하고도 어두운 온전한 어린이라는 표현이 참 적절하다 싶습니다. 슬프고도 환한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뒷표지 광고가 적절하다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 그 자체도 그러할 것입니다. 환하고도 어두운 면이 늘 함께 합니다. 다만 어느 면을 더 주목하며 살아가느냐? 어느 면이 더 지배적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아무쪼록 이것이 단지 어른들의 정서가 아니라 요즘 어린이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동화가 아이들만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화의 주인은 어린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