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활동


책이름 산사나무 아래에서
펴낸곳 산하 지은이 마리타 콘론 맥케너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같은 나라일까요? 다른 나라일까요? 한국과 북한과 같은 관계일까요?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입니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네 지역으로 이뤄져있지요. 아일랜드는 영국과 별개의 독립국가입니다. 그런데 이름이 왜 비슷하냐구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모두 아일랜드라는 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영국의 통치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다가 1949년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완전독립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아일랜드에는 영국의 식민통치 시절보다 더 큰 아픔을 간직한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산사나무 아래에서]의 배경이 되고 있는 1840년대 ‘감자 대기근’입니다. 아일랜드인들이 주식으로 삼았던 감자들이 땅 속에서 썩어버리는 ‘감자마름병’으로 인해 1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고, 또 가난 때문에 1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야 하는 큰 아픔을 겪은 것이지요. 이 시기 800여만 명이었던 아일랜드의 인구가 절반으로 떨어졌다고하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과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이 책은 그런 역사적 아픔의 순간을 에일레 세 남매가 겪은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이런 절대적인 가난을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태어난 1970년대는 우리나라가 절대적 가난에서 벗어나 먹고 살만한 시기가 되었기에 상대적인 가난은 느껴보았지만 굶주림의 공포를 느꼈던 적은 없습니다.
하물며 2000년대 풍요의 시대에 태어난 우리 어린이들에게 에일레 남매의 고통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자못 궁금합니다. 그런데 알아야 할 사실은 이 이야기가 결코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 역시 이런 아픔을 생생히 겪었다는 것입니다. 보릿고개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오랜 식민지 생활, 그리고 뒤이은 육이오전쟁은 우리나라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그 당시 우리의 할아버지 역시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책 중간에 잠깐 소개되는 장면이기도 하는데 그 당시 모두가 다 굶주리고 있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영국은 세계 최강의 나라로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서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아일랜드의 지배계층인 영국인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식량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일랜드에서 생산된 식량이 외국으로 팔려나가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것이 오래전 외국의 일이기만 할까요? 안타깝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배불리 먹고 있고, 음식물 쓰레기를 걱정해야 할 때 바로 우리의 이웃은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에일리가 과연 하나님은 계신 것일까? 의문을 품었듯이 그 어디에서인가 그런 물음을 던지는 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어둡기만 합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