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활동


책이름 광개토태왕(상)
펴낸곳 녹색지팡이 지은이 이현세
여러분은 우리 역사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그동안 우리 역사에 대해 ‘5천년 역사에서 930여회나 외침을 당한 민족’, ‘슬픔과 한을 간직한 작은 나라’ 등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습니다. 이런 역사관을 갖게 된 까닭은 일제침략기에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너희들은 요것밖에 안 돼’라는 생각을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제사관에 반발하여 우리 민족이 동북아 중심국가로서 아시아를 호령하던 자랑스러운 민족임을 강조하는 민족사관이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는 사실 현재 더 나아가 미래와 큰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가 단지 과거의 지나간 일이 아니라 현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미래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서 진행되어 큰 문제를 일으켰던 ‘동북공정’ 역시 가까운 미래 통일한국의 역할을 둘러싼 중국과 우리나라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이 자신들의 지방정권으로 중국의 역사라고 강조합니다. 이로써 현재 만주 지역에 살고 있는 조선족들이 훗날 통일한국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미리 선을 긋는 것입니다.
우리가 고구려사와 발해사에 관심을 갖고 적극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바로잡기 차원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바탕에는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기도 합니다. 이런 속마음들이 깔려 있기에 역사는 단지 지나간 과거가 아닌 것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바로 ‘광개토태왕’입니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대왕’이라는 칭호를 받는 인물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보통 ‘세종대왕’, ‘광개토대왕’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광개토대왕’이 아닌 ‘광개토태왕’이라고 호칭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호칭에도 여러 논쟁이 있습니다. ‘광개토태왕’은 공식명칭인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을 줄인말입니다. ‘태왕’은 중국의 황제, 몽골의 칸에 비견할만한 인물이라는 뜻을 가졌기에 ‘광개토태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대왕의 반열보다 더 높은 태왕으로 숭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에는 바로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다시 미래에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라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즉 민족보다 동북아 평화를 얘기해야 할 시점에 영토전쟁이라는 위험한 일을 벌이려한다는 주장이지요. 더 논의해봐야 할 사항입니다.
이 책은 책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만든 만화가 이현세 선생님의 다른 작품에도 그의 이런 역사관은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현세 선생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만화가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어린이들보다는 부모님 세대가 어렸을 때 열광했던 만화가입니다. 그러하기에 허접한 만화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왕 만화를 볼 것이라면 제대로 된 작품을 봐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 책은 합격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만화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인 부실한 내용을 부록으로 제시한 ‘고구려 역사 탐구’를 통해 보완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을 제대로만 읽는다면 고구려 역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셈이 됩니다.
이 책은 상하 두 권으로 이뤄졌는데 상권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관미성 전투(374년 ~ 392년)까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권에서는 관미성 함락에서부터 광개토태왕의 죽음(392년~412년)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현세 창작만화를 통해서 좋은 만화를 읽는 재미도 알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