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활동


책이름 마사코의 질문
펴낸곳 푸른책들 지은이 손연자
‘피가 끓는다.’
이 동화책을 읽는 내내 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이 당한 고통은 안타까움으로, 분노로, 부끄러움으로 시시각각 다가왔습니다.
이런 역사를 우리 어린이들이 아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하면 감정적으로 ‘싫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이 때에 말입니다. 새로운 한-일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이 시점에 자꾸 과거사를 들추는 일이 과연 바람직할까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작가 손연자 선생님이 머릿말에서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 역사이며, 역사를 똑바로 알아야 부끄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듯이 아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는 우리만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용서와 화해는 그냥 망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상대방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눌 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결코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못합니다. 아직도 일본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을 그리워하는 군국주의자들이 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강제 징용, 정신대 문제를 부정하고 조선인이 원해서 한 일이라고 오히려 큰소리칩니다. 또한 그들 스스로가 ‘원폭 피해자’라는 점만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마사코의 질문’을 통해서 지금부터 불과 60여 년 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일은 바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단 조심할 일이 있습니다. 그 역사를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순한 분노와 일본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아닙니다. 양심적인 많은 일본인과 함께 과거의 아픔을 공유하고,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고난을 몸소 체험했던 이들의 생생한 증언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생체 실험’, ‘관동대지진’, ‘정신대 문제’ 등과 같은 온갖 수난들을 생생하고 절실하게 그려 낸 9편의 작품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작품들을 우리 어린이와 함께 일본의 어린이들이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