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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기검열 때문이다. (소재의 제한)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8-03-02 13:51:41

(4) 자기검열 때문이다. (소재의 제한)

 

‘1987’ 영화를 보다보면 신문사 기자들이 당시 정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여러 꼼수(?)를 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한 기사로 처리하거나, 두루뭉술하게 기사를 쓰는 방식으로라도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애썼다.

 

일제침략기를 비롯하여, 독재정권 하에서 신문 뿐 아니라 저서에 대한 검열은 일상적이었고 그래서 기자나 작가들 중에는 스스로 붓을 꺾기도 했다.

 

지금은 민주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직접적인 외부검열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우리가 뭐 대단한 글을 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외부검열이 두려워 글을 쓸 수 없다든가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진짜 외부검열이 현재 존재하지 않을까? 정보기관이 나서서 하는 검열은 비록 없지만 사실 우리가 글을 쓰지 못하는 중요한 까닭 중 하나는 바로 검열때문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황선미 선생님의 초등 저학년 동화 중에 일기 감추는 날이 있다. 주인공의 담임 선생님은 매일 일기 검사를 한다. 그런데 아이는 그날 일기로 엄마, 아빠가 부부싸움 하는 얘기를 썼다. 그걸 본 엄마가 그런 내용을 써서는 안 된다며 지우고 다시 쓰라고 해서 결국 중간에 끼인 아이는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어서 난처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막상 뭔가를 글로 쓰려고 해도 우리는 그 글을 읽는 사람을 의식하게 된다. 그 글이 자신과 관련 있는 사람의 이야기인 경우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망설여진다.

 

어디 그 뿐인가? 때로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데 그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 솔직히 글을 쓸 수가 없다. 자신이 갖는 생각에 대해 남들이 너무 황당하다고 비난할까봐, 현 사회 통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비판 당할까봐 지레 겁을 먹고 소재를 제한하다보니 막상 쓸 만한 글이 없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라또는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 등의 논리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서 뭔가를 솔직하게 제기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하다보니 대부분 그냥 시작도하기 전에, 자기 내부 검열에 걸려 글을 포기하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은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비판을 비난으로 여기는 우리의 오랜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가끔 수업 시간에 친구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평가를 하라고 하면 참 주저주저한다. 발표에 대한 평가임에도 그것을 그 사람 인격에 대한 것으로 확대해석 하기 때문이다.

 

토론 문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상대방 의견에 대한 반대일 뿐인데 우리는 어느새 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하다보니 앞에서는 좋은 말만 하고,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뒷담화로 돌리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없을 때는 나랏님 욕도 한다.’라는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나랏님 앞에서 비판했다가는 그 비판이 건전한지? 올바른지를 떠나 무조건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결국 앞에서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것이고, 뒤에서는 사정없이 깔아뭉개는 것 아닌가?

 

이런 문화가 전반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하고 싶은 얘기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쓸 얘기가 많아진다.

 

아이들이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민망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리라고 우리는 훈계한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입을 닫고, 글을 닫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아이들의 말이 진실이다. 동화 일기 감추는 날에서 부부싸움 한 일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어느 부부나 다 싸우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 그 아이의 일기를 통해서 부부싸움을 좀 줄여야겠구나, 최소한 아이 앞에서는 싸우지 않아야지 하고 맘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글을 쓰는 중요한 이유가 되지 않겠는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의 문제이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그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라는 강한 멘탈을 가질 필요가 있다. 즉 쓰는 사람 마음대로 썼으니, 그걸 읽고 평하는 사람 역시 마음대로 평할 수 있도록 서로 허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럴 때 외부 검열이든, 자기 검열이든 사라질 것이고 훨씬 자유로운 상황에서 글쓰기가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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