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연구회 :::

독서와 질문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6-25 08:59:46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Einstein Albert, 1879~1955)은 명성에 걸맞게 많은 일화가 있다. 나치스에 쫓겨 미국으로 망명한 그는 미국 여러 대학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는다. 미국 전역을 돌며 계속되는 강연회는 결국 아인슈타인을 지치게 했다. 그렇다고 이미 약속된 강연회를 취소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뜻밖에 전속운전사가 아이디어를 낸다. "박사님! 저는 벌써 박사님의 상대성 원리에 대한 강연을 100회 이상 들었기 때문에 이제 줄줄 외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박사님의 옷을 입고 대신 강연을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서 강연 내용을 술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인슈타인은 반신반의 하였지만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기에 운전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둘은 옷을 바꾸어 입고, 아인슈타인이 운전을 하고 대학에 도착했다. 가짜 아인슈타인은 진짜처럼 천연덕스럽게 강연을 하였다. 진짜 아인슈타인은 운전사 복장으로 옆에서 그의 강의를 지켜보며 청중들의 반응에 내심 놀랐다. 그런데 막판에 문제가 생겼다. 강의를 듣던 한 교수가 질문을 한 것이다. 그 질문은 아인슈타인에게는 별로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으나 그저 강연을 달달달 외우기만 한 운전사가 대답하기는 힘들었다. 대학 측을 속인 것에 대해 청중들의 비난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아찔했다. 이처럼 속이 타 들어가는 아인슈타인과 달리 단상에 서 있는 가짜 아인슈타인 운전사는 여유만만이었다. 놀랍게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질문이라면 아주 간단합니다. 그 정도라면 제 운전사도 대답할 수 있습니다. 어이! 여보게나 이분의 질문에 대답해 드리게나." 그 말에 진짜 아인슈타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나서서 그 질문에 명쾌한 설명을 했고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진짜 있었는지 꾸며낸 얘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지금처럼 매스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일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암기와 이해의 차이이다. 운전사는 강연은 멋지게 수행할 수 있었는데 왜 간단한 질문에는 답할 수가 없었을까? 그것은 아인슈타인의 강연을 수십 회 들으면서 암기할 수 있었지만 그 내용을 운전사는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는 그저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할 수 있을 뿐 그와 관련된 보충 질문, 심화 질문, 응용 질문에는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책읽기는 어떠할까? 강연을 듣듯이 그냥 책을 읽는다면 단순 암기에 불과한 일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이해하려 애쓰지 않으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뒤집어 생각해보면 책을 읽고 난 후 그 책과 관련하여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이 설명할 수 있으면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고, 혼자서 그 책에 대해 말할 수는 있지만 대답할 수 없다면 그 책을 암기한 것이다. 물론 그 책에 대해 말할 수도 없고, 질문에 답할 수도 없다면 그 책을 봤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책을 이처럼 이해하기 위해 깊이 파헤쳐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 공부와 관련된 책이라면 당연히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읽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래서 독서와 구술면접을 연결시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한 권의 책을 정해놓고 그 책을 읽은 후 질문에 대답해보는 것이다. 이 때 질문이 중요하다. 그 질문이 단순히 책 내용을 제대로 암기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얼마나 제대로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이어야 한다. 또한 그 질문은 책 내용을 책 바깥의 여러 현상과 관련지어도 좋다. 더 나아가 그 책 내용에 대해 읽은 사람의 비판적 견해를 묻는 질문을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 스스로가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은 후에 이러한 과정을 갖는 것보다 책을 읽는 도중 스스로 어떤 질문이 가능할지 예상해가며 읽는 것이다. 그렇게 예상한 질문에 대해 자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를 준비해가며 책을 본다며 그 책에 대해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가며 예상 질문과 답을 작성해보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신은 아인슈타인이 될 것인가? 운전사가 될 것인가? 독서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그 운명의 향방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독서와 질문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6-25 08:59:46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Einstein Albert, 1879~1955)은 명성에 걸맞게 많은 일화가 있다. 나치스에 쫓겨 미국으로 망명한 그는 미국 여러 대학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는다. 미국 전역을 돌며 계속되는 강연회는 결국 아인슈타인을 지치게 했다. 그렇다고 이미 약속된 강연회를 취소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뜻밖에 전속운전사가 아이디어를 낸다.

"박사님! 저는 벌써 박사님의 상대성 원리에 대한 강연을 100회 이상 들었기 때문에 이제 줄줄 외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박사님의 옷을 입고 대신 강연을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서 강연 내용을 술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인슈타인은 반신반의 하였지만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기에 운전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둘은 옷을 바꾸어 입고, 아인슈타인이 운전을 하고 대학에 도착했다.

가짜 아인슈타인은 진짜처럼 천연덕스럽게 강연을 하였다. 진짜 아인슈타인은 운전사 복장으로 옆에서 그의 강의를 지켜보며 청중들의 반응에 내심 놀랐다.

그런데 막판에 문제가 생겼다. 강의를 듣던 한 교수가 질문을 한 것이다. 그 질문은 아인슈타인에게는 별로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으나 그저 강연을 달달달 외우기만 한 운전사가 대답하기는 힘들었다.

대학 측을 속인 것에 대해 청중들의 비난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아찔했다. 이처럼 속이 타 들어가는 아인슈타인과 달리 단상에 서 있는 가짜 아인슈타인 운전사는 여유만만이었다. 놀랍게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질문이라면 아주 간단합니다. 그 정도라면 제 운전사도 대답할 수 있습니다. 어이! 여보게나 이분의 질문에 대답해 드리게나."

그 말에 진짜 아인슈타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나서서 그 질문에 명쾌한 설명을 했고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진짜 있었는지 꾸며낸 얘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지금처럼 매스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일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암기와 이해의 차이이다. 운전사는 강연은 멋지게 수행할 수 있었는데 왜 간단한 질문에는 답할 수가 없었을까? 그것은 아인슈타인의 강연을 수십 회 들으면서 암기할 수 있었지만 그 내용을 운전사는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는 그저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할 수 있을 뿐 그와 관련된 보충 질문, 심화 질문, 응용 질문에는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책읽기는 어떠할까? 강연을 듣듯이 그냥 책을 읽는다면 단순 암기에 불과한 일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이해하려 애쓰지 않으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뒤집어 생각해보면 책을 읽고 난 후 그 책과 관련하여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이 설명할 수 있으면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고, 혼자서 그 책에 대해 말할 수는 있지만 대답할 수 없다면 그 책을 암기한 것이다. 물론 그 책에 대해 말할 수도 없고, 질문에 답할 수도 없다면 그 책을 봤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책을 이처럼 이해하기 위해 깊이 파헤쳐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 공부와 관련된 책이라면 당연히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읽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래서 독서와 구술면접을 연결시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한 권의 책을 정해놓고 그 책을 읽은 후 질문에 대답해보는 것이다. 이 때 질문이 중요하다. 그 질문이 단순히 책 내용을 제대로 암기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얼마나 제대로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이어야 한다. 또한 그 질문은 책 내용을 책 바깥의 여러 현상과 관련지어도 좋다. 더 나아가 그 책 내용에 대해 읽은 사람의 비판적 견해를 묻는 질문을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 스스로가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은 후에 이러한 과정을 갖는 것보다 책을 읽는 도중 스스로 어떤 질문이 가능할지 예상해가며 읽는 것이다. 그렇게 예상한 질문에 대해 자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를 준비해가며 책을 본다며 그 책에 대해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가며 예상 질문과 답을 작성해보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신은 아인슈타인이 될 것인가? 운전사가 될 것인가? 독서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그 운명의 향방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