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연구회 :::

책에는 내비게이션이 달려있지 않다.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6-07 10:03:06
내 차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 그래서 낯선 곳을 갈 때면 꼭 먼저 지도를 찾아본다. 어떤 길로 갈지 대강의 계획을 세운다. 거리가 얼마정도 되니 시간은 얼마쯤 걸릴지 예상해본다. 내비게이션이 없을 때는 대부분 출발 전 준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별다른 준비 없이 차에 올라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고 바로 출발하면 된다. 참 편한 세상이다. 그런데 편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내비게이션을 의지해 달린 길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에 같은 길을 가도 또 내비게이션을 찍고 달려야 한다. 반면 자신이 지도를 보고 직접 찾아간 길은 어지간한 길치가 아닌 이상은 대부분 다음번에는 지도의 도움 없이도 잘 찾아간다. 내비게이션 이야기를 꺼내든 까닭은 책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우회전할지, 좌회전할지, 지금 이 곳이 어디인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해주는 이가 책에는 없다. 모르겠다. 앞으로 전자책에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서비스가 나올지도. 최소한 지금까지 종이책에 내비게이션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내비게이션은 없지만 책에 지도는 달려있다. 바로 책 앞부분에 있는 차례이다. 차례는 책의 지도이다. 책의 어느 위치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우리가 찾고 싶은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차례는 또한 그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를 알려준다.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그 안에 들어 있는지? 없는지? 그 책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가르쳐준다. 차례에 담긴 소제목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준다. 지금까지가 차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마치 지도를 보면 어느 지역이 있고, 얼마만큼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지도를 좀 더 잘 보는 고수들은 단지 위치와 거리 말고도 지도를 통해서 더욱 다양한 정보를 찾아낸다. 주변 지형을 알 수도 있고, 인구 밀집지역, 산업 형태 등 여러 가지 사실을 지도를 통해 추리해낼 수 있다. 차례도 마찬가지이다. 차례를 통해서 저자가 중요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어떤 항목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지, 얼마나 꼼꼼하게 서술하고 있는지를 차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그 문제를 어떤 순서로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통해 그 책의 기본적인 논리구조를 파악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라 상위개념과 하위개념, 소제목 사이의 논리적 연관성 등을 차례를 통해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사실 차례는 소제목들의 모임이다. 제목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저자가 본문을 통해 가장 내세우고 싶어 하는 것들이 아닌가? 그러하기에 차례를 통해서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어야할 것이 무엇인지 목표의식을 분명히 세울 수 있다. 차례를 염두 해두고 읽는다면 내가 전체에서 어느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조망해볼 수 있다. 즉 개미로서 단지 눈앞에 보이는 것만 바라보며 한걸음씩 걷는 것이 아니라 독수리가 되어 전체를 조망하며 하늘을 나는 것이다. 사실 저자들이 책을 쓸 때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차례(목차)의 완성이라고 한다. 마치 집을 짓기 전 설계를 하는 작업이 중요하듯이 차례만 제대로 완성해도 책의 절반을 썼다고 할 만큼 공들여 차례를 만든다고 한다. 차례에는 그 책의 논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즉 저자는 무엇을, 왜, 어떤 순서로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차례를 통해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례이기에 독자들은 차례를 통해서 바로 그 저자들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차례는 사실 책을 읽기 전에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바둑고수들은 꼭 바둑이 끝난 후 복기를 한다. 유능한 독자라면 바둑고수들처럼 복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복기를 할 때 바로 차례를 이용하면 된다. 차례가 씨가 되어 책 내용을 술술 불러 일으켜준다. 이처럼 차례읽기는 여러모로 중요하다. 책을 고를 때 우선 차례를 보자. 차례를 통해서 그 책이 읽을 만한 책인지 아닌지, 내게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 정보를 얻자. 그리고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기 전 차례를 읽자. 독서를 어떻게 해나갈지, 시간은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 것인지 계획을 세우자. 그리로 책을 읽는 틈틈이 차례를 다시보자. 내가 지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내가 읽고 있는 부분이 책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하며 한숨을 돌리자. 끝으로 책을 다 읽은 후 틈틈이 차례를 펼쳐들고 책 내용을 떠올려보자. 마치 여행을 마친 후 사진첩을 펼쳐들고 회상을 하듯이 차례를 보며 책을 복기해보자. 그러고 보면 책에 내비게이션이 달려있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책은 사고의 작용인데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바로 그 사고는 정지되지 않겠는가? 결국 멍청한 편리보다는 힘겹지만 의미 있는 생각의 즐거움을 택해야한다. 그것이 독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내비게이션이 달려있지 않다.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6-07 10:03:06

내 차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 그래서 낯선 곳을 갈 때면 꼭 먼저 지도를 찾아본다. 어떤 길로 갈지 대강의 계획을 세운다. 거리가 얼마정도 되니 시간은 얼마쯤 걸릴지 예상해본다. 내비게이션이 없을 때는 대부분 출발 전 준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별다른 준비 없이 차에 올라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고 바로 출발하면 된다. 참 편한 세상이다. 그런데 편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내비게이션을 의지해 달린 길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에 같은 길을 가도 또 내비게이션을 찍고 달려야 한다. 반면 자신이 지도를 보고 직접 찾아간 길은 어지간한 길치가 아닌 이상은 대부분 다음번에는 지도의 도움 없이도 잘 찾아간다.

내비게이션 이야기를 꺼내든 까닭은 책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우회전할지, 좌회전할지, 지금 이 곳이 어디인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해주는 이가 책에는 없다. 모르겠다. 앞으로 전자책에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서비스가 나올지도. 최소한 지금까지 종이책에 내비게이션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내비게이션은 없지만 책에 지도는 달려있다. 바로 책 앞부분에 있는 차례이다. 차례는 책의 지도이다. 책의 어느 위치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우리가 찾고 싶은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차례는 또한 그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를 알려준다.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그 안에 들어 있는지? 없는지? 그 책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가르쳐준다. 차례에 담긴 소제목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준다.

지금까지가 차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마치 지도를 보면 어느 지역이 있고, 얼마만큼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지도를 좀 더 잘 보는 고수들은 단지 위치와 거리 말고도 지도를 통해서 더욱 다양한 정보를 찾아낸다. 주변 지형을 알 수도 있고, 인구 밀집지역, 산업 형태 등 여러 가지 사실을 지도를 통해 추리해낼 수 있다.

차례도 마찬가지이다. 차례를 통해서 저자가 중요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어떤 항목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지, 얼마나 꼼꼼하게 서술하고 있는지를 차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그 문제를 어떤 순서로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통해 그 책의 기본적인 논리구조를 파악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라 상위개념과 하위개념, 소제목 사이의 논리적 연관성 등을 차례를 통해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사실 차례는 소제목들의 모임이다. 제목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저자가 본문을 통해 가장 내세우고 싶어 하는 것들이 아닌가? 그러하기에 차례를 통해서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어야할 것이 무엇인지 목표의식을 분명히 세울 수 있다.

차례를 염두 해두고 읽는다면 내가 전체에서 어느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조망해볼 수 있다. 즉 개미로서 단지 눈앞에 보이는 것만 바라보며 한걸음씩 걷는 것이 아니라 독수리가 되어 전체를 조망하며 하늘을 나는 것이다.

사실 저자들이 책을 쓸 때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차례(목차)의 완성이라고 한다. 마치 집을 짓기 전 설계를 하는 작업이 중요하듯이 차례만 제대로 완성해도 책의 절반을 썼다고 할 만큼 공들여 차례를 만든다고 한다. 차례에는 그 책의 논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즉 저자는 무엇을, 왜, 어떤 순서로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차례를 통해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례이기에 독자들은 차례를 통해서 바로 그 저자들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차례는 사실 책을 읽기 전에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바둑고수들은 꼭 바둑이 끝난 후 복기를 한다. 유능한 독자라면 바둑고수들처럼 복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복기를 할 때 바로 차례를 이용하면 된다. 차례가 씨가 되어 책 내용을 술술 불러 일으켜준다.

이처럼 차례읽기는 여러모로 중요하다. 책을 고를 때 우선 차례를 보자. 차례를 통해서 그 책이 읽을 만한 책인지 아닌지, 내게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 정보를 얻자. 그리고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기 전 차례를 읽자. 독서를 어떻게 해나갈지, 시간은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 것인지 계획을 세우자. 그리로 책을 읽는 틈틈이 차례를 다시보자. 내가 지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내가 읽고 있는 부분이 책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하며 한숨을 돌리자. 끝으로 책을 다 읽은 후 틈틈이 차례를 펼쳐들고 책 내용을 떠올려보자. 마치 여행을 마친 후 사진첩을 펼쳐들고 회상을 하듯이 차례를 보며 책을 복기해보자.

그러고 보면 책에 내비게이션이 달려있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책은 사고의 작용인데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바로 그 사고는 정지되지 않겠는가? 결국 멍청한 편리보다는 힘겹지만 의미 있는 생각의 즐거움을 택해야한다. 그것이 독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