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연구회 :::

기러기 독서법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6-03 08:20:52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찬 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고단한 날개 쉬어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 윤석중 선생님이 작사하고, Stephen Foster (1826~1864, 미국)가 작곡한 동요이다. 달 밝은 가을밤 기러기들이 브이(V)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은 참 아름다울 것이다. 모습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비행에 담긴 지혜가 참 향기롭다. 기러기들은 시베리아 동부 쪽과 알래스카 부근에 살다가 산란기 때 시베리아의 매서운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로 와서 겨울을 나고 다시 돌아가는 겨울 철새이다. 그들이 비행하는 거리는 무려 1만 킬로미터 이상이다. 1만 킬로미터라고 하면 러시아 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동부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거리인데 약 1.5kg~4kg의 작은 몸으로 그 먼 거리를 비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그들이 그 작은 몸으로 그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까닭 중 하나는 바로 V자 편대비행에 있다. V자 편대비행의 경우 단독비행에 비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또한 앞에서 나는 새로부터 양력(위로 뜨는 힘)을 지원받아 에너지를 적게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최고 73%나 더 비행할 수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는데 기러기야 말로 그 속담이 옳음을 확실히 증명해준다. 독서를 하는데 있어서도 기러기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독서는 철저히 혼자서 하는 행위이다. 독서는 고독하고 또 고독해야 독서를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책을 읽고 사고를 수행하는 작업은 홀로 이뤄지지만 독서를 통해서 우리는 저자와 만나고, 책 속 인물들과 만나 끊임없이 교류한다. 그 뿐만 아니라 같은 책을 읽은 이들과 교류함으로써 독서의 힘을 보다 극대화시킬 수 있다. 즉 기러기들이 V자 편대비행을 하지만 사실 기러기 각각이 날개 짓을 해야 날 수 있다. 다만 V자 편대비행을 통해 서로 도움을 받는다. 독서 행위 역시 개인별로 이뤄지지만 독서동아리, 독서토론회 등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다. 왜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함께 읽는 것이 좋을까? 또 어떻게 함께 읽을 수 있을까? 함께 읽는 것이 좋은 방법은 바로 ‘공유’에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또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다. 사실 책을 읽을 때 그 감동과 지혜는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의 늪으로 잠겨든다. 하지만 자신이 느낀 감동을 누군가와 나누는 과정에서 그 감동이 증폭되고, 증폭된 감동은 자연스레 오래 오래 자신의 곁을 지켜준다. 또한 그 감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으니 그 역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 역시 마찬가지이다. 머릿속에 막연히 알고 있고, 머물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며칠 지나지 않아 새까맣게 사라진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존 지식과 꽉 연결되어 평생을 함께 할 친구로 남아있을 수 있다. 또한 여럿이서 함께 읽으면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 듯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혼자서 하는 독서는 장님 혼자서 코끼리 한 부분을 만지는 것과 같을 때가 있다. 그런데 여럿이서 함께 읽으며 비록 각 부분을 따로 따로 만졌다고 하더라도 상호교류를 통해서 책이라는 제대로 된 코끼리를 완성시킬 수 있다. 즉 여러 관점에서 그 책을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각자 삶의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해석해낸 책은 상호작용을 일으켜 지식의 폭발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책을 함께 읽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기러기들의 V자 편대비행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낙오자가 있을 때 그들이 취하는 행동이다. 낙오된 기러기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힘센 기러기가 함께 남아 돌봐주어 끝까지 함께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여럿이 함께’의 진정한 힘이다. 혼자 독서하는 경우 자신의 마음이 지치면 이내 포기해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독서동아리, 독서토론의 경우 약간의 의무감도 있고, 구성원들이 서로 다독거리는 과정에서 책을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 끝으로 주목할 점은 제일 앞장 선 리더의 역할이다. V자 편대비행에서 제일 앞장 선 기러기는 공기저항을 그대로 받고, 기류의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지칠 수 있다. 독서동아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리더의 헌신이 있어야 그 동아리가 잘 굴러갈 수 있다. 기러기들은 때로 리더를 적절하게 바꿔가면서, 또한 뒤에 따르던 기러기들이 앞장 선 기러기를 응원하기 위해 격려의 울음소리를 내는 방법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한다. 독서동아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도 바로 기러기들의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리더 혼자 모든 책임을 지지 않도록 서로 응원해주고 때로 그 책임을 나눠질 수 있다면 아름다운 모습으로 독서동아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고단한 날개 쉬어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들을 부르듯이 주변에 독서를 함께 하는 친구들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갈대들은 바로 도서관, 학교의 몫이다. 독서동아리를 조직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고, 공간을 제공해주고, 독서동아리가 잘 굴러 갈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갈대들까지 있다면 기러기의 1만 킬로미터 대장정이 성공을 거두듯이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통해 큰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기러기 독서법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6-03 08:20:52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찬 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고단한 날개 쉬어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 윤석중 선생님이 작사하고, Stephen Foster (1826~1864, 미국)가 작곡한 동요이다. 달 밝은 가을밤 기러기들이 브이(V)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은 참 아름다울 것이다. 모습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비행에 담긴 지혜가 참 향기롭다.

기러기들은 시베리아 동부 쪽과 알래스카 부근에 살다가 산란기 때 시베리아의 매서운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로 와서 겨울을 나고 다시 돌아가는 겨울 철새이다. 그들이 비행하는 거리는 무려 1만 킬로미터 이상이다. 1만 킬로미터라고 하면 러시아 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동부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거리인데 약 1.5kg~4kg의 작은 몸으로 그 먼 거리를 비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그들이 그 작은 몸으로 그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까닭 중 하나는 바로 V자 편대비행에 있다. V자 편대비행의 경우 단독비행에 비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또한 앞에서 나는 새로부터 양력(위로 뜨는 힘)을 지원받아 에너지를 적게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최고 73%나 더 비행할 수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는데 기러기야 말로 그 속담이 옳음을 확실히 증명해준다. 독서를 하는데 있어서도 기러기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독서는 철저히 혼자서 하는 행위이다. 독서는 고독하고 또 고독해야 독서를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책을 읽고 사고를 수행하는 작업은 홀로 이뤄지지만 독서를 통해서 우리는 저자와 만나고, 책 속 인물들과 만나 끊임없이 교류한다. 그 뿐만 아니라 같은 책을 읽은 이들과 교류함으로써 독서의 힘을 보다 극대화시킬 수 있다.

즉 기러기들이 V자 편대비행을 하지만 사실 기러기 각각이 날개 짓을 해야 날 수 있다. 다만 V자 편대비행을 통해 서로 도움을 받는다. 독서 행위 역시 개인별로 이뤄지지만 독서동아리, 독서토론회 등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다.

왜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함께 읽는 것이 좋을까? 또 어떻게 함께 읽을 수 있을까? 함께 읽는 것이 좋은 방법은 바로 ‘공유’에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또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다. 사실 책을 읽을 때 그 감동과 지혜는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의 늪으로 잠겨든다. 하지만 자신이 느낀 감동을 누군가와 나누는 과정에서 그 감동이 증폭되고, 증폭된 감동은 자연스레 오래 오래 자신의 곁을 지켜준다. 또한 그 감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으니 그 역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 역시 마찬가지이다. 머릿속에 막연히 알고 있고, 머물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며칠 지나지 않아 새까맣게 사라진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존 지식과 꽉 연결되어 평생을 함께 할 친구로 남아있을 수 있다.

또한 여럿이서 함께 읽으면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 듯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혼자서 하는 독서는 장님 혼자서 코끼리 한 부분을 만지는 것과 같을 때가 있다. 그런데 여럿이서 함께 읽으며 비록 각 부분을 따로 따로 만졌다고 하더라도 상호교류를 통해서 책이라는 제대로 된 코끼리를 완성시킬 수 있다. 즉 여러 관점에서 그 책을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각자 삶의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해석해낸 책은 상호작용을 일으켜 지식의 폭발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책을 함께 읽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기러기들의 V자 편대비행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낙오자가 있을 때 그들이 취하는 행동이다. 낙오된 기러기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힘센 기러기가 함께 남아 돌봐주어 끝까지 함께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여럿이 함께’의 진정한 힘이다. 혼자 독서하는 경우 자신의 마음이 지치면 이내 포기해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독서동아리, 독서토론의 경우 약간의 의무감도 있고, 구성원들이 서로 다독거리는 과정에서 책을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

끝으로 주목할 점은 제일 앞장 선 리더의 역할이다. V자 편대비행에서 제일 앞장 선 기러기는 공기저항을 그대로 받고, 기류의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지칠 수 있다. 독서동아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리더의 헌신이 있어야 그 동아리가 잘 굴러갈 수 있다. 기러기들은 때로 리더를 적절하게 바꿔가면서, 또한 뒤에 따르던 기러기들이 앞장 선 기러기를 응원하기 위해 격려의 울음소리를 내는 방법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한다. 독서동아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도 바로 기러기들의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리더 혼자 모든 책임을 지지 않도록 서로 응원해주고 때로 그 책임을 나눠질 수 있다면 아름다운 모습으로 독서동아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고단한 날개 쉬어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들을 부르듯이 주변에 독서를 함께 하는 친구들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갈대들은 바로 도서관, 학교의 몫이다. 독서동아리를 조직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고, 공간을 제공해주고, 독서동아리가 잘 굴러 갈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갈대들까지 있다면 기러기의 1만 킬로미터 대장정이 성공을 거두듯이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통해 큰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