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연구회 :::

맹모에게 독서의 길을 묻다.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6-02 08:11:06
‘맹모삼천지교’ 우리가 잘 아는 고사다. 그 내용을 간략히 말하면 맹자가 어렸을 때 묘지 가까이 살았더니 장사 지내는 흉내를 내기에, 맹자 어머니가 시장 근처로 이사했더니 이번에는 물건 파는 흉내를 내므로, 다시 서당 옆으로 집을 옮기자 비로소 맹자가 공부를 시작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맹모삼천지교’는 교육에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울 때도 쓰이고,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단행한 맹모의 뜨거운 교육열을 강조할 때도 쓰인다. 그런데 ‘맹모삼천지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있어 눈길을 끈다. 새로운 해석은 맹모가 시행착오나 겪는 어리석은 부모가 아닌 현명한 부모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맹모가 괜히 묘지 주변, 시장 근처를 거쳐 서당 옆으로 이사를 간 것이 아니란다. 맹모는 묘지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장례식을 통해 맹자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깨우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통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거래하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가르쳤다. 이처럼 철학과 사회를 먼저 몸소 보여주고 나서 서당 옆으로 가서 학문에 임하도록 했다는 이야기이다. 나름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어찌되었든 맹모가 결국 선택한 곳은 서당 근처이다. 그것을 오늘날에는 학원 근처, 또는 명문학교 근처로 해석해서 일명 교육특구라 부르는 곳의 집값 폭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자기주도학습’이 강조되는 이 시점에 학원, 명문학교 근처보다 오히려 도서관 근처로 이사를 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더 좋은 방안은 나라에서 전국방방곡곡에 도서관을 세워서 굳이 도서관 근처로 이사를 가지 않아도 도서관이 바로 내 이웃이 되게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공공도서관, 작은 도서관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학교도서관이 조금씩 역할을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최소한 도서관이 없어서, 멀어서 못가겠다는 말은 핑계라고 말해도 될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서관을 찾는 이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도서관을 찾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도서관을 찾아서 기껏 문제집이나 풀고 있다면 그 역시 별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아직도 도서관을 공짜 독서실 정도로 여기는 풍토가 많이 남아 있어 안타깝다. 또한 도서관 아동열람실을 살펴보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만화책만 붙잡고 씨름하고 있다. 물론 만화책을 보는 것 자체도 말릴 일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하는 욕심이 든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이 읽고 싶은 책을 찾아서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역할 외에 문제해결의 장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숙제로 내주는 필독서를 빌리기 위해서만 찾는 도서관이 아니라 학교 공부 자체를 제대로 하기 위해 자료를 찾는 곳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교육당국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교과서 중심의 정책이 폐지되어야 한다. 지금은 교과서만 열심히 가르치면 된다. 교과서를 벗어나서 가르치는 것은 금기사항이고, 또 시험을 잘 보는데 방해가 되는 일쯤으로 여겨진다. 교과서 속에 교육을 가둬서는 안 된다. 선생님 스스로가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구성해서 쓸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 역시 다양한 교육자료를 직접 찾아서 공부하는 가운데 학습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공부하기 위해서 도서관이 필요한 곳이 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변화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기에는 너무나도 먼 길이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도 아이들은 커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벤트라도 자주 열어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아이들 학습내용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항을 퀴즈로 매월 다섯 문제 쯤 내는 것이다. 그러면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서가 곳곳을 찾아다니며 책을 찾아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도서관 자료 이용법도 익히고, 만화책이나 특정 장르의 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또한 학교 도서관에서, 공공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도서관 자료 이용법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미 십여 년 전부터 내가 자원활동하고 있는 유성구 전민동 모퉁이어린이도서관에서는 주변 학교 아이들을 매년 한 차례 도서관으로 초청해서 도서관 이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실을 떠나 도서관에서 와서 ‘한국도서십진분류법’을 배우고 또 간단한 퀴즈를 책을 찾아 아이들이 해결할 때면 도서관이 아주 떠들썩하다. 이런 프로그램을 방학 때 ‘독서학교’라는 이름으로 소수 아이들만 대상으로 실시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상시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도서관이 인형극 공연, 영화 상연 등을 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 못지않게 필요한 책을 직접 찾아서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다. 도서관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공해준다면 이용자입장에서 참 좋을 것이다. 만약 이런 프로그램이 없다면 학부모 스스로가 만들면 된다. 아이와 도서관에 방문 했을 때 읽고 싶은 책 골라서 읽는 것 외에 도서관 서가에 어떤 책들이 꽂혀 있는지 각 분야마다 구경을 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아이 학교 교과서를 한 번 보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는 연습을 함께 해보는 일, 또 여행을 가기 전에, 음악회에 가기 전에 해당하는 책을 직접 아이보고 찾아보도록 하는 일 등 생활 속에서 필요한 다양한 내용을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맹자는 될성부른 나무라서 서당 근처로 이사만 갔어도 스스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하지만 서당 근처에 산다고 다 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을 때 조금 더 큰 나무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서관에 자주 가자. 그리고 도서관 자료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아이들에게 많이 만들어주자. 그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서관에, 교육당국에 요구하자. 이게 21세기 맹모들이 해야 할 일들이다.

맹모에게 독서의 길을 묻다.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6-02 08:11:06

‘맹모삼천지교’ 우리가 잘 아는 고사다. 그 내용을 간략히 말하면 맹자가 어렸을 때 묘지 가까이 살았더니 장사 지내는 흉내를 내기에, 맹자 어머니가 시장 근처로 이사했더니 이번에는 물건 파는 흉내를 내므로, 다시 서당 옆으로 집을 옮기자 비로소 맹자가 공부를 시작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맹모삼천지교’는 교육에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울 때도 쓰이고,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단행한 맹모의 뜨거운 교육열을 강조할 때도 쓰인다.

그런데 ‘맹모삼천지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있어 눈길을 끈다. 새로운 해석은 맹모가 시행착오나 겪는 어리석은 부모가 아닌 현명한 부모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맹모가 괜히 묘지 주변, 시장 근처를 거쳐 서당 옆으로 이사를 간 것이 아니란다.

맹모는 묘지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장례식을 통해 맹자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깨우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통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거래하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가르쳤다. 이처럼 철학과 사회를 먼저 몸소 보여주고 나서 서당 옆으로 가서 학문에 임하도록 했다는 이야기이다. 나름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어찌되었든 맹모가 결국 선택한 곳은 서당 근처이다. 그것을 오늘날에는 학원 근처, 또는 명문학교 근처로 해석해서 일명 교육특구라 부르는 곳의 집값 폭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자기주도학습’이 강조되는 이 시점에 학원, 명문학교 근처보다 오히려 도서관 근처로 이사를 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더 좋은 방안은 나라에서 전국방방곡곡에 도서관을 세워서 굳이 도서관 근처로 이사를 가지 않아도 도서관이 바로 내 이웃이 되게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공공도서관, 작은 도서관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학교도서관이 조금씩 역할을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최소한 도서관이 없어서, 멀어서 못가겠다는 말은 핑계라고 말해도 될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서관을 찾는 이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도서관을 찾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도서관을 찾아서 기껏 문제집이나 풀고 있다면 그 역시 별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아직도 도서관을 공짜 독서실 정도로 여기는 풍토가 많이 남아 있어 안타깝다. 또한 도서관 아동열람실을 살펴보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만화책만 붙잡고 씨름하고 있다. 물론 만화책을 보는 것 자체도 말릴 일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하는 욕심이 든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이 읽고 싶은 책을 찾아서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역할 외에 문제해결의 장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숙제로 내주는 필독서를 빌리기 위해서만 찾는 도서관이 아니라 학교 공부 자체를 제대로 하기 위해 자료를 찾는 곳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교육당국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교과서 중심의 정책이 폐지되어야 한다. 지금은 교과서만 열심히 가르치면 된다. 교과서를 벗어나서 가르치는 것은 금기사항이고, 또 시험을 잘 보는데 방해가 되는 일쯤으로 여겨진다. 교과서 속에 교육을 가둬서는 안 된다. 선생님 스스로가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구성해서 쓸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 역시 다양한 교육자료를 직접 찾아서 공부하는 가운데 학습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공부하기 위해서 도서관이 필요한 곳이 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변화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기에는 너무나도 먼 길이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도 아이들은 커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벤트라도 자주 열어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아이들 학습내용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항을 퀴즈로 매월 다섯 문제 쯤 내는 것이다. 그러면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서가 곳곳을 찾아다니며 책을 찾아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도서관 자료 이용법도 익히고, 만화책이나 특정 장르의 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또한 학교 도서관에서, 공공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도서관 자료 이용법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미 십여 년 전부터 내가 자원활동하고 있는 유성구 전민동 모퉁이어린이도서관에서는 주변 학교 아이들을 매년 한 차례 도서관으로 초청해서 도서관 이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실을 떠나 도서관에서 와서 ‘한국도서십진분류법’을 배우고 또 간단한 퀴즈를 책을 찾아 아이들이 해결할 때면 도서관이 아주 떠들썩하다. 이런 프로그램을 방학 때 ‘독서학교’라는 이름으로 소수 아이들만 대상으로 실시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상시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도서관이 인형극 공연, 영화 상연 등을 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 못지않게 필요한 책을 직접 찾아서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다. 도서관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공해준다면 이용자입장에서 참 좋을 것이다.

만약 이런 프로그램이 없다면 학부모 스스로가 만들면 된다. 아이와 도서관에 방문 했을 때 읽고 싶은 책 골라서 읽는 것 외에 도서관 서가에 어떤 책들이 꽂혀 있는지 각 분야마다 구경을 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아이 학교 교과서를 한 번 보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는 연습을 함께 해보는 일, 또 여행을 가기 전에, 음악회에 가기 전에 해당하는 책을 직접 아이보고 찾아보도록 하는 일 등 생활 속에서 필요한 다양한 내용을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맹자는 될성부른 나무라서 서당 근처로 이사만 갔어도 스스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하지만 서당 근처에 산다고 다 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을 때 조금 더 큰 나무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서관에 자주 가자. 그리고 도서관 자료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아이들에게 많이 만들어주자. 그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서관에, 교육당국에 요구하자. 이게 21세기 맹모들이 해야 할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