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연구회 :::

당신 글은 친절한가요?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5-31 00:03:10
공짜라고 덥석 받는 게 아니었다. 벨소리가 너무 작은 것이 영 못마땅했다. 결국 접촉 불량인지 꺼졌다 켜졌다 제 맘대로 바뀐다. 충전중인가를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도 어느새 전원 자체가 나가버려서 몇 시간 동안 먹통인 채로 있기도 했다. 집전화기 이야기이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장 전화해서 해지해버려야겠다 생각했다. 아무리 공짜라도 그렇지 이따위 제품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다니 난 정의의 사도가 되어 고객센터로 전화를 한다. 뭐라고 한마디만 해봐라 가차 없이 퍼부어 줄 테니. 그렇게 단단히 벼르고 전화를 했는데 뜻밖에도 “고객님 불편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나긋나긋한 사과에 분노의 불길은 어느새 사그라져버리고 “아,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전화를 제대로만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로 수위가 팍 낮춰져버렸다. 게다가 방문한 기사는 젊은이가 얼마나 친절하던지 차근차근 원인을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내가 겪었을 불편에 함께 분노해주었고, 자신들의 실수로 불편을 끼쳤다면 몇 차례나 정중히 사과했다. 난 부리나케 젊은이에게 음료수도 내주었다. 내 마음을 그가 움직인 것이다. 게다가 그는 며칠 전부터 내 골머리를 썩여오던 노트북 문제도 기꺼이 성심껏 봐 주었다. 비록 고쳐주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시간을 들여 애써주는 모습에서 유니폼에 새겨진 ‘행복기사’라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실감했다. 이처럼 친절은 고객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일찍이 “친절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며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그리고 얽힌 것을 풀어 헤치고,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만들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라고 말했다. 그 고객센터 직원과 방문기사의 친절을 보며 과연 나는 얼마나 친절한가를 반성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마인드가 바로 친절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친절한 글쓰기는 무엇인가? 친절한 글쓰기는 쉽게 쓰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읽는 사람들이 뭔 소리인지를 알기 어렵게 써놓은 글은 결코 좋은 글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어려운 책을 접하면 독자 자신의 수준 낮음을 자책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저자 자신이 책을 쉽게 써야할 책무를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 말할 수도 있다. 김정운 여러 가지 문제 연구소 소장은 교수를 세 종류로 구분 짓는다. 우선,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 교수인데 이들은 스스로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설명하려다보니 어렵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둘째는 어려운 이야기를 무척 쉽게 하는 교수로 이들이야말로 진짜 훌륭한 교수인데 안타깝게도 소수일 뿐이란다. 그리고 나머지 진짜 황당한 교수들은 바로 쉬운 이야기를 매우 어렵게 하는 교수란다. 아마도 어렵게 얘기해야 자신의 권위가 선다는 낡은 생각을 가진 교수들일 것이다. 교수가 되었건 작가가 되었건 학생을 위한다면, 독자를 위한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진짜 그 문제에 대해 정통하다면 쉽게 풀어내어 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이다. 그렇다면 글을 쓸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진짜 잘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해 써야 한다. 잘 모르면서 대충 쓰려고 하면 이상하게 꼬이는 글이 나오는 것이다. 자신이라는 항아리에서 농익은 글이 스스로 넘쳐 흘러나도록 어쩌면 참고 또 참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쉽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어려운 말, 한자어나 전문용어 등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물론 꼭 필요한 경우라면 써야 한다. 또한 읽는 대상이 전문가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굳이 전문용어를 쓰지 않을 까닭이 없다. 하지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을 쓴다면 어려운 어휘를 써야 자신이 똑똑해 보일 거라는 잘못된 권위주의 생각은 이제 던져버려야 한다. 또한 문장은 가급적 짧게 쓰는 것이 좋다. 문장이 길어지고, 복잡해지면 그 의미 파악도 자연스레 어려워진다. 긴 문장은 일부러 몇 문장으로 잘라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글 쓸 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잘 모를 거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글을 쓸 때, 말을 할 때 가장 크게 범하는 잘못 중 하나는 모두들 나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이미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문제이기에 남들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전제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때로 너무 시시콜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남들이 하나도 모를 거라는 전제에서 글을 써 내려가야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이런 훈련은 중요하다. 아이들은 자신이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얘기만 앞뒤 맥락을 빼놓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은 늘 길게 쓰는 것을 힘들어한다. 잘라먹으니 쓸 얘기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을 자꾸 일러줘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누군가 친절한 금자씨 목소리로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지는 않을지 뒤통수가 따갑다. 친절한 사람은 타고 나기도 하지만 친절교육을 통해서 길러지기도 한다. 친절한 글쓰기 역시 자꾸 자신 스스로 그런 마음을 가지고 다듬는다면 조금씩 친절한 글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읽는 사람을 배려하는 친절한 글로 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베푼 친절 속에 세상이 점점 아름다워지길 소망해본다. 그럴 때 J.F.카네이 말이 현실이 될 것이다. “조그마한 친절이, 한마디 사랑의 말이 저 위의 하늘나라처럼 이 땅을 즐거운 곳으로 만든다.”

당신 글은 친절한가요?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5-31 00:03:10

공짜라고 덥석 받는 게 아니었다. 벨소리가 너무 작은 것이 영 못마땅했다. 결국 접촉 불량인지 꺼졌다 켜졌다 제 맘대로 바뀐다. 충전중인가를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도 어느새 전원 자체가 나가버려서 몇 시간 동안 먹통인 채로 있기도 했다. 집전화기 이야기이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장 전화해서 해지해버려야겠다 생각했다. 아무리 공짜라도 그렇지 이따위 제품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다니 난 정의의 사도가 되어 고객센터로 전화를 한다. 뭐라고 한마디만 해봐라 가차 없이 퍼부어 줄 테니. 그렇게 단단히 벼르고 전화를 했는데 뜻밖에도 “고객님 불편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나긋나긋한 사과에 분노의 불길은 어느새 사그라져버리고 “아,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전화를 제대로만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로 수위가 팍 낮춰져버렸다.

게다가 방문한 기사는 젊은이가 얼마나 친절하던지 차근차근 원인을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내가 겪었을 불편에 함께 분노해주었고, 자신들의 실수로 불편을 끼쳤다면 몇 차례나 정중히 사과했다. 난 부리나케 젊은이에게 음료수도 내주었다. 내 마음을 그가 움직인 것이다. 게다가 그는 며칠 전부터 내 골머리를 썩여오던 노트북 문제도 기꺼이 성심껏 봐 주었다. 비록 고쳐주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시간을 들여 애써주는 모습에서 유니폼에 새겨진 ‘행복기사’라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실감했다.

이처럼 친절은 고객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일찍이 “친절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며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그리고 얽힌 것을 풀어 헤치고,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만들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라고 말했다.

그 고객센터 직원과 방문기사의 친절을 보며 과연 나는 얼마나 친절한가를 반성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마인드가 바로 친절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친절한 글쓰기는 무엇인가?

친절한 글쓰기는 쉽게 쓰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읽는 사람들이 뭔 소리인지를 알기 어렵게 써놓은 글은 결코 좋은 글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어려운 책을 접하면 독자 자신의 수준 낮음을 자책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저자 자신이 책을 쉽게 써야할 책무를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 말할 수도 있다.

김정운 여러 가지 문제 연구소 소장은 교수를 세 종류로 구분 짓는다. 우선,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 교수인데 이들은 스스로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설명하려다보니 어렵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둘째는 어려운 이야기를 무척 쉽게 하는 교수로 이들이야말로 진짜 훌륭한 교수인데 안타깝게도 소수일 뿐이란다. 그리고 나머지 진짜 황당한 교수들은 바로 쉬운 이야기를 매우 어렵게 하는 교수란다. 아마도 어렵게 얘기해야 자신의 권위가 선다는 낡은 생각을 가진 교수들일 것이다.

교수가 되었건 작가가 되었건 학생을 위한다면, 독자를 위한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진짜 그 문제에 대해 정통하다면 쉽게 풀어내어 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이다. 그렇다면 글을 쓸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진짜 잘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해 써야 한다. 잘 모르면서 대충 쓰려고 하면 이상하게 꼬이는 글이 나오는 것이다. 자신이라는 항아리에서 농익은 글이 스스로 넘쳐 흘러나도록 어쩌면 참고 또 참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쉽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어려운 말, 한자어나 전문용어 등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물론 꼭 필요한 경우라면 써야 한다. 또한 읽는 대상이 전문가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굳이 전문용어를 쓰지 않을 까닭이 없다. 하지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을 쓴다면 어려운 어휘를 써야 자신이 똑똑해 보일 거라는 잘못된 권위주의 생각은 이제 던져버려야 한다.

또한 문장은 가급적 짧게 쓰는 것이 좋다. 문장이 길어지고, 복잡해지면 그 의미 파악도 자연스레 어려워진다. 긴 문장은 일부러 몇 문장으로 잘라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글 쓸 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잘 모를 거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글을 쓸 때, 말을 할 때 가장 크게 범하는 잘못 중 하나는 모두들 나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이미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문제이기에 남들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전제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때로 너무 시시콜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남들이 하나도 모를 거라는 전제에서 글을 써 내려가야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이런 훈련은 중요하다. 아이들은 자신이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얘기만 앞뒤 맥락을 빼놓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은 늘 길게 쓰는 것을 힘들어한다. 잘라먹으니 쓸 얘기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을 자꾸 일러줘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누군가 친절한 금자씨 목소리로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지는 않을지 뒤통수가 따갑다. 친절한 사람은 타고 나기도 하지만 친절교육을 통해서 길러지기도 한다. 친절한 글쓰기 역시 자꾸 자신 스스로 그런 마음을 가지고 다듬는다면 조금씩 친절한 글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읽는 사람을 배려하는 친절한 글로 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베푼 친절 속에 세상이 점점 아름다워지길 소망해본다. 그럴 때 J.F.카네이 말이 현실이 될 것이다. “조그마한 친절이, 한마디 사랑의 말이 저 위의 하늘나라처럼 이 땅을 즐거운 곳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