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연구회 :::

역사와 독서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5-29 22:34:31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그동안 초등 6학년 1학기에 배우던 한국사를 초등 5학년 1년 동안 공부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초등 6학년은 5학년 때 이미 배웠던 일반 사회와 지리를 6학년 때 다시 배우게 되고 정작 역사는 보충교재로 적은 시간에 배워야 한다는 혼란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 6학년들의 희생은 안타깝지만 역사교육이 1년으로 늘어난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역사교육이 강화된 것을 별로 반기지 않는 눈치이다. 가장 큰 까닭은 사교육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요즘 농담 삼아 독서시장에서 ‘역사논술’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사논술’ 사교육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 ‘역사논술’의 실체도 불분명하다. 역사교육을 하면서 그냥 이름만 ‘역사논술’이라고 붙이는 것인지? 아니면 역사 분야를 가지고 논술 공부를 하겠다는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어쨌든 아이들은 역사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 그 첫째가 역사는 암기과목이라는 뿌리 깊은 생각이다. 하긴 우리 어른들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는 달달달 외워서 시험 보는 암기과목으로 여겼다. 하지만 사실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니다. 역사가 암기과목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많은 양을 교과서에 요약해 싣다보니 결과 위주로 서술했기 때문에 전후맥락이 생략되어서 그런 결과를 빚은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는 원인이 있고, 진행과정이 있으면 그 결과가 있다. 또한 그로 인해 파생된 여러 일들이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니라 이해과목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아~그렇구나.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이구나.”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역사 수업시간에 그 역할을 선생님이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진도 따라잡기 바쁜 선생님께 그 역할을 온전히 기대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 점에서 독서가 역사를 암기 과목이 아니라 이해과목으로 탈바꿈시켜줄 수 있다. 교과서 한 권에 담긴 5천년 역사를 최소한 고대사, 삼국시대사, 고려사, 조선사, 근현대사 등 5권에서 많게는 10권의 책을 통해 읽으면서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주의할 점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역사서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요즘 각 출판사마다 다양한 기획으로, 차별적인 수준으로 여러 역사서가 나와 있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역사서를 골라서 읽어야 힘들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른 욕심에 괜히 어려운 역사서를 골라봤자 아이들이 읽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이 원한다면 최근 나온 만화책도 상관이 없을 듯하다. 역사에 대한 아이들의 두 번째 오해는 역사는 단지 과거의 일일뿐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왜 그 옛날 일을 알아야 하는데요?” 아이들이 흔히 내뱉는 불평이다. 과연 역사는 단지 지나간 옛 일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어제가 쌓여서 오늘이 이뤄지는 것이며 또한 어제의 일이 오늘날 모습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똑같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잘 예를 드는 것 중 하나가 광해군의 선택이다. 물론 너무 단순화시켜 얘기하는 측면이 있지만 곱씹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광해군 당시 조선은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명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사대의 예로 섬기던 나라가 아니던가? 게다가 임진왜란 때 원병을 보내 우리나라를 구원해준 나라가 아니던가? 그에 비해 청나라는 어떠한가? 우리가 오랑캐로 여기던 여진족이 세운 나라 아니던가? 그 상황에서 명나라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유교 국가로서 당연히 조선은 명나라를 돕기 위해 원병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광해군은 어떤 결정을 내렸던가? 그는 강홍립 장군에게 명과 청 사이에서 눈치껏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즉 힘을 써서 청과 싸우지 말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그런 광해군의 행동에 대해 서인들은 못마땅하게 여기고 결국 인조반정을 일으켜 광해군을 폐위시킨다. 과연 이것이 400년 전 옛날이야기일 뿐일까? 현재 21세기 한반도의 상황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6․25전쟁으로 공산화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미국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 미국은 막대한 원조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일조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세계 제일의 친미국가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자신은 친미가 워낙 당연한 일이어서 친미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게 들리지만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은 친미 그 자체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친미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용미(用美)를 얘기하였다. 그러면서 6․25전쟁 당시 통일을 가로막고 북한을 도왔던 중국과의 적극적 외교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많은 이들이 비난했다. 배은망덕한 행위라는 지탄이 쏟아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떠한 외교정책을 추진하여야 하나? 은혜로운 국가 미국과 의리를 지켜야할까? 아니면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어야할까? 아마도 이 고민은 앞으로 우리나라 외교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광해군을 주목해봐야 한다고 얘기함으로서 자신의 외교정책을 암시하기도 했다. 바로 그것이다. 역사에서 현재를, 미래를 배우려고 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교육을 한다는 것은 단지 옛날에 이랬다는 지나간 얘기를 들려주는 차원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데 역사적 교훈이 갖는 의미를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오해는 역사는 자신의 삶과는 별 관계없는 너무 거창한 얘기라는 사실이다. 왕 중심의 이야기, 전쟁 이야기 등이 현실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요즘 교과서가 왕 중심의 사관에서 벗어나 민중들의 구체적인 삶을 다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그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이다. 책 중에는 그 당시 시대를 살았던 민중들의 삶을 이야기함으로써 훨씬 우리의 삶에 가깝게 얘기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해결책은 그런 역사 현실에서 자신의 삶을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일이다. 위에서 말한 명과 청 사이에서 고민은 사실 국가 사이의 관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친구 사이에 어떻게 관계를 가져가야 할 것인지 고민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역사 속 사건을 자신 주변의 일로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고 교사는 바로 그 작업을 도와주어야 한다. 끝으로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역사책을 볼 때 어떤 관점을 가질 것인지를 꼭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는 단지 사실만을 서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서는 분명 역사학자의 관점을 담고 있다. 역사학자의 눈에 비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얘기하는 부분도 다르고, 그 얘기에 대해 바라보는 입장도 다르다. 그에 따라 다양한 관점이 표출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 교과서에서는 삼별초의 항쟁에 대해 몽골에 맞서 고려의 자주성을 지키려는 아름다운 항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역사서 중 베스트셀러인 ‘한국사 편지’의 저자 박은봉 씨는 삼별초 항쟁에 대해 무신정권이 자신들의 권력을 끝까지 지키기 위한 몸부림 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결국 관점에 따라 똑같은 행동이 영웅적일 수도 있고, 그냥 사리사욕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런 자료가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결국 어떤 평가를 할 것인가는 아이들이 선택할 문제이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 나름의 역사관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당부할 것은 여러 역사관이 있을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자신 나름의 역사관을 가져야겠지만 미완성의 열린 역사관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즉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나름의 판단을 하지만 그 정보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것일 수 있기에 다른 관점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럴 때 합리적인 의식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교육을 강화할 것인가? 말 것인가? 대학 입시에 필수과목으로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역사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자칫 민족주의를 넘어 국수주의로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분명 우리 아이들은 세계시민으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체성 없는 아이로 살아간다면 그 역시 큰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역사에 대해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지며, 그런 마음으로 상대방을 포용하고 사랑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는데 역사교육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데 역사독서를 하는 것이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역사와 독서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5-29 22:34:31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그동안 초등 6학년 1학기에 배우던 한국사를 초등 5학년 1년 동안 공부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초등 6학년은 5학년 때 이미 배웠던 일반 사회와 지리를 6학년 때 다시 배우게 되고 정작 역사는 보충교재로 적은 시간에 배워야 한다는 혼란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 6학년들의 희생은 안타깝지만 역사교육이 1년으로 늘어난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역사교육이 강화된 것을 별로 반기지 않는 눈치이다. 가장 큰 까닭은 사교육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요즘 농담 삼아 독서시장에서 ‘역사논술’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사논술’ 사교육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 ‘역사논술’의 실체도 불분명하다. 역사교육을 하면서 그냥 이름만 ‘역사논술’이라고 붙이는 것인지? 아니면 역사 분야를 가지고 논술 공부를 하겠다는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어쨌든 아이들은 역사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 그 첫째가 역사는 암기과목이라는 뿌리 깊은 생각이다. 하긴 우리 어른들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는 달달달 외워서 시험 보는 암기과목으로 여겼다. 하지만 사실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니다. 역사가 암기과목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많은 양을 교과서에 요약해 싣다보니 결과 위주로 서술했기 때문에 전후맥락이 생략되어서 그런 결과를 빚은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는 원인이 있고, 진행과정이 있으면 그 결과가 있다. 또한 그로 인해 파생된 여러 일들이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니라 이해과목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아~그렇구나.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이구나.”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역사 수업시간에 그 역할을 선생님이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진도 따라잡기 바쁜 선생님께 그 역할을 온전히 기대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 점에서 독서가 역사를 암기 과목이 아니라 이해과목으로 탈바꿈시켜줄 수 있다.

교과서 한 권에 담긴 5천년 역사를 최소한 고대사, 삼국시대사, 고려사, 조선사, 근현대사 등 5권에서 많게는 10권의 책을 통해 읽으면서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주의할 점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역사서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요즘 각 출판사마다 다양한 기획으로, 차별적인 수준으로 여러 역사서가 나와 있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역사서를 골라서 읽어야 힘들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른 욕심에 괜히 어려운 역사서를 골라봤자 아이들이 읽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이 원한다면 최근 나온 만화책도 상관이 없을 듯하다.

역사에 대한 아이들의 두 번째 오해는 역사는 단지 과거의 일일뿐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왜 그 옛날 일을 알아야 하는데요?” 아이들이 흔히 내뱉는 불평이다. 과연 역사는 단지 지나간 옛 일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어제가 쌓여서 오늘이 이뤄지는 것이며 또한 어제의 일이 오늘날 모습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똑같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잘 예를 드는 것 중 하나가 광해군의 선택이다. 물론 너무 단순화시켜 얘기하는 측면이 있지만 곱씹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광해군 당시 조선은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명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사대의 예로 섬기던 나라가 아니던가? 게다가 임진왜란 때 원병을 보내 우리나라를 구원해준 나라가 아니던가? 그에 비해 청나라는 어떠한가? 우리가 오랑캐로 여기던 여진족이 세운 나라 아니던가? 그 상황에서 명나라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유교 국가로서 당연히 조선은 명나라를 돕기 위해 원병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광해군은 어떤 결정을 내렸던가? 그는 강홍립 장군에게 명과 청 사이에서 눈치껏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즉 힘을 써서 청과 싸우지 말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그런 광해군의 행동에 대해 서인들은 못마땅하게 여기고 결국 인조반정을 일으켜 광해군을 폐위시킨다.

과연 이것이 400년 전 옛날이야기일 뿐일까? 현재 21세기 한반도의 상황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6․25전쟁으로 공산화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미국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 미국은 막대한 원조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일조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세계 제일의 친미국가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자신은 친미가 워낙 당연한 일이어서 친미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게 들리지만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은 친미 그 자체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친미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용미(用美)를 얘기하였다. 그러면서 6․25전쟁 당시 통일을 가로막고 북한을 도왔던 중국과의 적극적 외교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많은 이들이 비난했다. 배은망덕한 행위라는 지탄이 쏟아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떠한 외교정책을 추진하여야 하나? 은혜로운 국가 미국과 의리를 지켜야할까? 아니면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어야할까? 아마도 이 고민은 앞으로 우리나라 외교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광해군을 주목해봐야 한다고 얘기함으로서 자신의 외교정책을 암시하기도 했다. 바로 그것이다. 역사에서 현재를, 미래를 배우려고 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교육을 한다는 것은 단지 옛날에 이랬다는 지나간 얘기를 들려주는 차원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데 역사적 교훈이 갖는 의미를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오해는 역사는 자신의 삶과는 별 관계없는 너무 거창한 얘기라는 사실이다. 왕 중심의 이야기, 전쟁 이야기 등이 현실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요즘 교과서가 왕 중심의 사관에서 벗어나 민중들의 구체적인 삶을 다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그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이다. 책 중에는 그 당시 시대를 살았던 민중들의 삶을 이야기함으로써 훨씬 우리의 삶에 가깝게 얘기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해결책은 그런 역사 현실에서 자신의 삶을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일이다. 위에서 말한 명과 청 사이에서 고민은 사실 국가 사이의 관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친구 사이에 어떻게 관계를 가져가야 할 것인지 고민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역사 속 사건을 자신 주변의 일로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고 교사는 바로 그 작업을 도와주어야 한다.

끝으로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역사책을 볼 때 어떤 관점을 가질 것인지를 꼭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는 단지 사실만을 서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서는 분명 역사학자의 관점을 담고 있다. 역사학자의 눈에 비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얘기하는 부분도 다르고, 그 얘기에 대해 바라보는 입장도 다르다. 그에 따라 다양한 관점이 표출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 교과서에서는 삼별초의 항쟁에 대해 몽골에 맞서 고려의 자주성을 지키려는 아름다운 항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역사서 중 베스트셀러인 ‘한국사 편지’의 저자 박은봉 씨는 삼별초 항쟁에 대해 무신정권이 자신들의 권력을 끝까지 지키기 위한 몸부림 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결국 관점에 따라 똑같은 행동이 영웅적일 수도 있고, 그냥 사리사욕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런 자료가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결국 어떤 평가를 할 것인가는 아이들이 선택할 문제이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 나름의 역사관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당부할 것은 여러 역사관이 있을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자신 나름의 역사관을 가져야겠지만 미완성의 열린 역사관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즉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나름의 판단을 하지만 그 정보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것일 수 있기에 다른 관점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럴 때 합리적인 의식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교육을 강화할 것인가? 말 것인가? 대학 입시에 필수과목으로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역사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자칫 민족주의를 넘어 국수주의로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분명 우리 아이들은 세계시민으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체성 없는 아이로 살아간다면 그 역시 큰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역사에 대해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지며, 그런 마음으로 상대방을 포용하고 사랑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는데 역사교육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데 역사독서를 하는 것이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