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연구회 :::

바보 독서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5-27 10:34:23
“바보야!” 이 말을 들으면 과연 기분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바보는 어리석고 멍청하거나 못난 사람을 욕하거나 비난하여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를 놀릴 때 “누구 누구는 바보래요. 알나리깔나리 바보래요.”를 합창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놀림감인 바보를 자처하며 나선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바보들을 좋아하고 더 나아가 존경하다. 누군가는 바보가 세상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인공 중 대표적인 인물 두 분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이다. 최근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를 맞아 그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바보야’가 개봉되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한국 최초의 추기경에 올랐지만 높은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가장 낮은 자리에 엎드려 약자의 발을 씻겨 주고 손을 잡아 주었다. 또한 그는 불의한 시대에 세상 권력과 당당히 맞서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바보’라 불렀으며 정말 바보처럼 살다갔다. 어쩌면 완전한 신으로서 죄인의 몸으로 이 땅에 와, 기꺼 이 사람들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의 바보 행적을 고스란히 따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떠한가? 그 역시 최고의 권좌에 올랐지만 스스로 ‘바보 노무현’이라 불리기를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는 영화로운 쉬운 길을 마다하고 원리원칙을 지켜 자신을 기꺼이 던졌다. 그것이 바로 바보정신이고 그런 바보정신으로 정치를 해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외쳤다. 사실 몇 년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든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를 비롯한 많은 일들이 왜 생겨났는가? 너무도 똑똑한 이들이 자신의 탐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술수를 부렸기에 벌어진 일들이 아닌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는가? 그래서 우리는 똑똑한 이들보다 바보에 더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우리의 이중성은 어쩔 수 없다. 바보처럼 살아야 한다는 이성적 의식을 가지면서도 자꾸 화려한 유혹에 눈길이 가니 말이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 자리에 서고 싶어 안달하고, 똑똑한 이들 곁에 어떻게라도 빌붙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최소한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똑똑해져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독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어느새 독서라는 큰 장이 섰다. 일이십 년 전만해도 시험공부에 방해되니 책 읽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 책을 잘 읽어야 좋은 성적을 거둬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니 열심히 책을 읽고 성과를 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독서교육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도서관 운동에 한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이다. 분명 독서교육이 활성화되고, 책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반길 일인데 그 상황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할 뿐이다. 이럴 때 바로 필요한 것이 바보정신이 아닌가 싶다. 책읽기는 사실 영악함보는 바보스러움이 더 어울린다. 천천히 한자 한자 읽어가며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누리는 것이 진정한 독서의 매력이다. 그런데 독서를 시험성적의 도구로 여겨서 갖은 꾀를 부려 후다닥 해치운다면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 평생을 살아가면서 누려야 할 큰 기쁨을 잃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최근 입학사정관에서 보이기 위해 책도 제대로 읽지 않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대충 독서감상문을 짜깁기 하고, 학원 강사가 강의한 것을 바탕으로 읽은 것처럼 글을 쓰고, 심지어는 대필까지 해서 올리는 행위 등은 결국 경쟁이 빚어낸 참극이다. 영악한 이들이 오로지 승리에만 눈이 멀어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그들과 어떻게 맞서야 하나? 그들보다 더 영악해져서 내가 먼저 앞장서서 기록 쌓기에 나서야 하나? 아니면 그들의 잘못을 비난만 하고 있어야 하나? 시스템을 뜯어고치자고 목소리를 높여야하나? 그냥 나는 바보 정신으로 독서 역시 원리원칙대로 우리 아이가 평생을 살며 좋은 친구를 만난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뒷바라지해줘야 하나? 결국은 각자의 선택일 것이다. 다만 바라기는 바보독서를 하는 이들이 더 많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러한 바보들이 특별히 놀림당하거나 서럽지 않고 바보스러운 우직함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할 뿐이다. 독서는 바보처럼 해야 한다.

바보 독서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5-27 10:34:23

“바보야!”

이 말을 들으면 과연 기분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바보는 어리석고 멍청하거나 못난 사람을 욕하거나 비난하여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를 놀릴 때 “누구 누구는 바보래요. 알나리깔나리 바보래요.”를 합창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놀림감인 바보를 자처하며 나선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바보들을 좋아하고 더 나아가 존경하다. 누군가는 바보가 세상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인공 중 대표적인 인물 두 분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이다.

최근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를 맞아 그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바보야’가 개봉되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한국 최초의 추기경에 올랐지만 높은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가장 낮은 자리에 엎드려 약자의 발을 씻겨 주고 손을 잡아 주었다. 또한 그는 불의한 시대에 세상 권력과 당당히 맞서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바보’라 불렀으며 정말 바보처럼 살다갔다. 어쩌면 완전한 신으로서 죄인의 몸으로 이 땅에 와, 기꺼 이 사람들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의 바보 행적을 고스란히 따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떠한가? 그 역시 최고의 권좌에 올랐지만 스스로 ‘바보 노무현’이라 불리기를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는 영화로운 쉬운 길을 마다하고 원리원칙을 지켜 자신을 기꺼이 던졌다. 그것이 바로 바보정신이고 그런 바보정신으로 정치를 해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외쳤다.

사실 몇 년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든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를 비롯한 많은 일들이 왜 생겨났는가? 너무도 똑똑한 이들이 자신의 탐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술수를 부렸기에 벌어진 일들이 아닌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는가?

그래서 우리는 똑똑한 이들보다 바보에 더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우리의 이중성은 어쩔 수 없다. 바보처럼 살아야 한다는 이성적 의식을 가지면서도 자꾸 화려한 유혹에 눈길이 가니 말이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 자리에 서고 싶어 안달하고, 똑똑한 이들 곁에 어떻게라도 빌붙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최소한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똑똑해져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독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어느새 독서라는 큰 장이 섰다. 일이십 년 전만해도 시험공부에 방해되니 책 읽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 책을 잘 읽어야 좋은 성적을 거둬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니 열심히 책을 읽고 성과를 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독서교육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도서관 운동에 한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이다.

분명 독서교육이 활성화되고, 책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반길 일인데 그 상황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할 뿐이다. 이럴 때 바로 필요한 것이 바보정신이 아닌가 싶다. 책읽기는 사실 영악함보는 바보스러움이 더 어울린다. 천천히 한자 한자 읽어가며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누리는 것이 진정한 독서의 매력이다. 그런데 독서를 시험성적의 도구로 여겨서 갖은 꾀를 부려 후다닥 해치운다면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 평생을 살아가면서 누려야 할 큰 기쁨을 잃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최근 입학사정관에서 보이기 위해 책도 제대로 읽지 않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대충 독서감상문을 짜깁기 하고, 학원 강사가 강의한 것을 바탕으로 읽은 것처럼 글을 쓰고, 심지어는 대필까지 해서 올리는 행위 등은 결국 경쟁이 빚어낸 참극이다. 영악한 이들이 오로지 승리에만 눈이 멀어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그들과 어떻게 맞서야 하나? 그들보다 더 영악해져서 내가 먼저 앞장서서 기록 쌓기에 나서야 하나? 아니면 그들의 잘못을 비난만 하고 있어야 하나? 시스템을 뜯어고치자고 목소리를 높여야하나? 그냥 나는 바보 정신으로 독서 역시 원리원칙대로 우리 아이가 평생을 살며 좋은 친구를 만난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뒷바라지해줘야 하나?

결국은 각자의 선택일 것이다. 다만 바라기는 바보독서를 하는 이들이 더 많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러한 바보들이 특별히 놀림당하거나 서럽지 않고 바보스러운 우직함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할 뿐이다. 독서는 바보처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