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독서칼럼을 씁니다. 처음 독서칼럼을 시작하면서는 2주에 한 번은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혹여나 실수할까봐 주변 사람들에게는 한 달에 한 편 정도씩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나마 약속을 잘 지키는 듯 했는데 몇 달 못가서 그 약속은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습니다.

왜일까요? 여러 구구한 변명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 첫째가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혼자 좋아서 시작 한 일이고, 특별히 재촉하는 이들도 없기에 아무래도 마음을 느슨히 먹은 탓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까닭은 쓸거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역시 만날 일기 쓸 것이 없다는 고민을 토로하고는 합니다. 그때마다 뭐 거창한 것을 붙잡아 쓰려고 하지 말고 일상에서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을 붙잡아 쓰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제 자신은 그러지 못한 것입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말을 너무 쉽게 한 것이지요. 일상의 감정을 붙잡는다는 것은 깊이 있는 생각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 수 있는 원천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 첫째는 바로 깊이 있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바쁘게 살다보면 사실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보다 더 깊게 생각하고 거기서 깨달은 바를 글로 쓸 때 읽는 사람들이 무릎을 탁치며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좋은 글쓰기의 비법 중 하나인 다상량(多想量)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둘째는 남들이 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글로 써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특별하게 한 일이 있으면 아무래도 일기쓰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 생활이라는 것이 솔직히 거기서 거기여서 뭐 특별하다고 할 만한 일들이 만날 생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직접 경험이 아닌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을 통해서 얻은 글감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지요. 이 역시 글쓰기의 비법 중 하나로 강조되는 다독(多讀)에 해당됩니다.

특히 독서행위는 단지 많은 쓸거리를 가져다준다는 것 말고도 첫째 상황에도 해당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독서를 통해서 일상의 경험 외에 특별한 일들을 찾을 수 있고 그 문제에 대해 남들보다 더 깊이 생각함으로 쓸거리를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몇 달 동안 전 무슨 이유에서인지 책읽기와 거리가 멀어져있었습니다. 월드컵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집안에 소소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일까요? 제 마음을 빼앗는 다른 일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겠지요.

게다가 그 전에는 동네 뒷산에 다니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메모를 하고는 했는데 요즘에는 mp3를 꽂고 다니면서 라디오를 듣다보니 아무래도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결국 사람 일에는 다 원인이 있습니다. 결국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옛 성현들의 가르침대로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길 뿐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 읽을 시간,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있는지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아이들 마음을 책과 생각에서 빼앗아 가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아이들 그래서 책과 생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이들보고 좋은 글을 쓰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너무 큰 욕심입니다.

이제 어느 해보다도 길고 무더웠던 여름의 막바지를 잘 보내고 선선한 가을이오면 책을 다시 손에 붙잡고, 생각을 즐겨서 조금 더 풍성한 글을 써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봅니다.